[장혜령 기자]

영화 리뷰

3월 8일은 여성의 날이다. 1908년 열악한 섬유 작업장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은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노동자들이 궐기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여성 노동자들의 운동에서 유래되었으며 1975년 UN이 공식적으로 지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성 운동은 다양한 주제와 형태로 진행 중이다.

3월 8일 의미 있는 개봉을 앞둔 은 의 각본, 각색가로 알려진 ‘필리스 나지’의 연출작으로 주목된다. 은 실화를 바탕으로 편견과 차별에 맞서 비밀리에 조직을 운영하는 상황을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연출해 몰입감을 선사한다.

할리우드의 우먼 파워 대표주자들이 의기투합했다. 시고니 위버, 엘리자베스 뱅크스, 운미 모사, 케이트 마라 등으로 구성된 훌륭한 연기 케미는 또 다른 매력이다.

시한부를 선고받았지만 낙태가 불가능한 상황

둘째를 임신 중인 조이(엘리자베스 뱅크스)는 목숨이 위태로워 임신 중절만이 살길이었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부부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없었다. 임신 중절 여부를 당사자인 조이와 남편이 결정할 수 없었다. 남성으로 구성된 긴급 임신 중절 위원회의 승인 여부로 수술이 가능하다는 황당한 소식을 듣게 된다. 시한부를 선고받고 유일한 치료법이 임신 중단이지만, 위원회 전원 반대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고 망연자실하고야 만다.

한편, 절망에 빠져 있던 조이는 고민 끝에 불법 시술소를 찾아가지만 이내 도망친다. 가쁜 숨을 몰아내다 우연히 ‘콜 제인’ 광고를 보고 어렵게 전화기를 들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조이는 전문적인 수술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가족에게는 미술수업을 받는다고 둘러대며 이곳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제인스는 몸과 마음이 지친 여성들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수술 후 다정하게 후유증을 설명해 주고 약과 음식을 내주며 원하는 만큼 쉬어가라고 돌봐주었다. 우연은 인연을 만들어가는 걸까. 끝이 보이지 않았단 어두운 터널 끝에 손 내밀어 준 제인스의 영향력에 전염된 조이.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을 빼앗기고 도움이 필요한 여성을 위해 재능 기부를 시작한다.

멋있으면 다 언니야!

‘제인스’란 1960년부터 73년까지 시카고에서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가 보장되기까지 임신 중절을 도운 단체의 이름이다. 1910년 미국 전역에서 낙태를 금지하고 불법화해 수많은 여성이 고통 속에 사라졌다. 이에 1965년 시카고에서 제인스가 결성, 1972년 음지에서 활동했던 멤버 7명이 체포되지만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로 임신 중단 권리가 보장된다.

제인스에는 제인이 없지만 모두가 제인인 이상한 조직이다. 하나의 이름으로 다수가 불리는 든든한 연대다. 이들은 주부,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한 연령과 인종, 계층의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십시일반 뜻을 모아 약 12,000명의 여성이 안전한 임신 중절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생명을 경시하는 경솔함이 아니었다. 임신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여성,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받는 여성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였다. 끈끈한 제인스는 성별과 인종을 떠나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비밀스러운 공조였다.

1960년대 보수적인 남성 중심 미국 사회에서는 임신과 낙태의 결정권이 여성에게 있지 않았다. 임신중절을 원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지만 남성만이 결정권을 갖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톺아본다.

돈이 있는 여성은 그나마 수술받을 수 있었지만, 가난한 여성들은 계단을 구르거나 날카로운 도구로 몸을 찔러 합병증을 유발했다. 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행동인가. 6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이 주제는 뜨거운 감자이며 성별을 떠나 사회 전체가 깊게 고민해야 할 이야기다.

비슷한 시기, 임신 중절이 불법이던 프랑스에서 벌어진 한 여성의 날카로운 체험은 영화 에서 다루고 있어 함께 보길 추천한다. 제인에게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꿈꾸며, 모든 차별에 맞선 자유를 응원하는 임파워링 무비다.

콜 제인 감독 필리스 나기 출연 엘리자베스 뱅크스, 시고니 위버, 크리스 메시나, 케이트 마라, 운미 모사쿠, 코리 마이클 스미스, 그레이스 에드워즈, 존 마가로, 아이다 터투로, 제프리 캔터 평점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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